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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냉소적인 시각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내가 왜 호프와의 작별을 진짜 이별처럼 달곰씁쓸하고 감상적인 기분으로 바라보는지도 이 사실로 설명된다. 이미 겪어본 일이니까. 오래된 친구들과 동료들이 계속 연락하자는 진심 어린 약속과 함께 내 세계에서 빠져나간 뒤에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대감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걸 겪어봤으니까. 편지 써! 전화할게! 놀러 와야 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이런 말이 진심일 때도 많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쁜 일상에 잠식되면 우리는 편지를 쓰지 않고, 전화를 걸지 않고, 방문을 계획하지 않는다. 호프와 내가 이메일은 가끔 주고받을 것 같다. 전화도 한두 번 걸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대륙 건너편에 내려서 삶에 정착하면, 우리는 사실상 헤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 마음이 상당히 슬프긴 해도,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친구 관계에 작별을 고할 때를 아는 것은 계속 이어갈 때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호프를 한때 잘 작동했던 관계, 저만의 장소와 시간 안에서는 아주 아름답게 작동했던 관계라는 작지만 소중한 범주로 분류하게 될 것 같다. 한 줌의 엣 직장 동료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어깨를 겯고 싸웠던 사람들, 내가 존경하고 동경했던 사람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전쟁터를 떠나고 나서는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 재활원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내가 공유했던 경험은 너무나 독특하고 특정 맥락에 좌우되는 것이었기에, 그 유대감은 우리가 병원에서 걸어 나오기가 무섭게 거의 즉시 사라졌다. 어쩌면 호프와 나는 서로에게 놀랍게도 앞으로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낼지도 모른다. 우리의 우정이 또 다른 종류의 작지만 소중한 범주, 즉 일상적 접촉이나 지리적 근접성이 없어도 살아남는 관계라는 범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될 만큼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내진 않았고, 공통의 역사를 충분히 쌓지도 못했다. 그러니 처음에는 상황적 친구였고 그다음에는 마음의 친구였던 내 친구 호프는 이제 과거의 친구가 될 것이다. 훗날에도 내가 순수한 애정으로 똑똑히 기억할 친구가.
- 캐럴라인 냅, 명랑한 운둔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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